명당 갈매못
갈매못 성지는 충남 보령시 오천면 영보리에 있습니다. ‘오천’(鰲川)은 자라 오(鰲)에 내 천(川) 자를 씁니다. 오천과 천수만(淺水灣) 지형이 마치 자라와 같다고 하여 유래되었습니다. 영보리의 ‘영보 (永寶)’는 말 그대로 영원한 보물이라는 뜻입니다. 갈매못 순교 성지는 1866년 병인박해 때 다블뤼 주교, 오매트르 신부, 위앵 신부, 황석두 루카, 장주기 요셉 다섯 성인과 이름 모를 교우들이 순교한 전국에서 유일한 바닷가 성지입니다. 성지가 있는 갈매못은 예부터 마을 뒷산 산세가 ‘목마른 말에게 물을 먹이는 연못’과도 같아 ‘갈마음수형(渴馬飮水形) 명당이라 해서 ‘갈마무시’, ‘갈마연’, ‘갈마연동(渴馬淵洞)’이라 불렸습니다. 갈매못은 갈마연(渴馬淵)에서 온 이름이고, 영적인 장소입니다. ‘갈증을 채워주는 생명의 물이 있는 곳’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바닷가 모래사장
갈매못 성지 인근 오천항은 아무리 심한 폭풍우에도 피해가 없습니다. 바다 양쪽에 있는 산이 방파제 역할을 해주기 때문입니다. 선박의 통행이 전혀 불편하지 않은 서해안 천혜의 항구입니다.
샤를 달래 신부는 ‘한국 천주교회사’에서 갈매못 성지를 “형장(刑場)으로 택한 곳은 바닷가 모래사장이었다.”라고 기록하고 있는데, 그 형장은 바로 수군들의 훈련장이었습니다. 오천에는 조선 태조 5년 1405년에 수군첨절제사(水軍僉節制使)가 자리하면서 처음으로 군영이 설치되었습니다. 중종 4년 1509년에 서해안 방어 기지로 쌓기 시작한 오천성은 무려 16년 동안 축성했습니다. 오천항은 군선 100여 척이 정박하고, 수군도 3,000명이 항상 주둔하였던 군항이었습니다.
오기선 요셉 신부 회고록 『곡예사 같은 인생』에 따르면 갈매못 성지는 1925년 충남 부여군 금사리 쇠양리 본당 주임이었던 정규량 레오 신부가 발견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정규량 신부는 공주 최말구 신부, 괴산군 높은 다랑이 주임 윤 바오로 신부와 함께 갈매못 순교 현장을 발견합니다. 정규량 신부는 처형된 다섯 성인의 시신을 몰래 파서 홍산 지방 석죽골로 이장한, 공소에 생존한 교우들과 목격 증인들의 도움을 받습니다. 성인들을 참수한 자리, 머리가 걸렸던 장깃대가 세워진 자리, 임시 매장한 세 구덩이를 확인했습니다.
갈매못이 형장(刑場)이 된 이유
첫째, 현종 12년, 1846년 6월에 프랑스 함대 세실 사령관이 3척의 군함을 이끌고 외연도에 정박해서, 1839년 기해박해 때 앵배르, 모방, 샤스탕 신부 프랑스 선교사 3명을 살해한 책임을 묻는 편지를 상자에 남겨 놓고 돌아갔습니다. 조정에서는 이 사건을 조선 영해 침입 사건으로 간주해 당시 옥중에 있던 김대건 신부의 처형을 앞당겼습니다.
현재 충남 당진사 합덕읍, 신리에서 체포된 다블뤼 주교는, 더는 교우들이 희생되는 것을 막고자 숨어 있던 오매트르 신부와 위앵 신부에게 자수를 권합니다. 이에 두 선교사가 신리에서 자수했고, 황석두 루카도 체포되어 서울로 압송되었습니다. 이들은 서울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습니다. 세 선교사와 황석두 루카가 처형장으로 이송될 때 함께 갇혀 있던 장주기 요셉도 동행했습니다. 이들 다섯 순교자는 갈매못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1866년 3월 30일에 처형 되었습니다. 흥선 대원군이 서양 오랑캐를 내친다는 의미에서 세실 함장이 침범했던 외연도에서 가까운 오천 수영에 이 5명을 끌고 와 외연도를 바라보고 목을 쳐서 처형하게 했습니다. 다섯 순교자는 1968년 10월 6일 교황 바오로 6세가 로마 베드로 대성당에서 시복했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984년 5월 6일에 여의도 광장에서 시성했습니다.
둘째, 병인년 3월은 고종의 국혼이 한 달 남아 있었습니다. 궁중에서 무당들을 불러 점을 쳤는데, 국혼을 앞두고 한양에서 사람의 피를 흘리게 하는 것은 국가 장래에 이롭지 못하니, 사형수들을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보내 형을 집행케 하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무당의 말대로 충청 오천 수영에서 군문 효수되었습니다.
끝맺음
복음서에서 예수님은 사마리아 여인과 대화할 때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주는 물은 그 사람 안에서 물이 솟는 샘이 되어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할 것이다.”(요한 4,14)라고 하셨습니다. 지금 갈매못 성지는 지친 현대인들이 생명의 물을 마시는 생명의 땅과 같습니다. 순교성인뿐 아니라 이름도 남기지 않고 사라진 무명 순교자들의 오롯한 신앙과 주님을 향한 사랑이 한곳에 모여 맑은 샘이 되어 있는 곳입니다. 갈매못은 갈증을 느끼는 당신에게 영적인 샘이 되어 줄 것입니다. 형장으로 택해진 곳 갈매못, 그 역사의 현장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고 생명의 물을 마시고 돌아오는 건 어떨까요?
주소 : 33406 충청남도 보령시 오천면 오천해안로 610 (영보리)
전화 : 041) 932-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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