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 성지 피정집 |
천호 성지 부활 성당 |
천호 성지
천호성지(天呼聖址)는 전라북도 완주군 비봉면 천호성지길 124에 있습니다. 한국 천주 교회 대표 사적지로 1866년 병인박해 때 전주 숲정이에서 순교한 여섯 성인 중 성 정문호 바르톨로메오, 성 손선지 베드로, 성 이명서 베드로, 성 한재권 요셉과 같은 해 충청도 공주에서 순교한 김영오 아우구스티노, 1868년 여산에서 순교한 열 분의 무명 순교자 묘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외 많은 순교자가 여기 천호산에 종적을 알지 못한 채 묻혀 있습니다.
천호 공소는 박해 시대에는 다리실, ‘용추네’라고 했습니다. 천호(天呼)라는 행정명(行政名)은 후대에 교우 마을이 형성되면서 용천내가 천호로 바뀐 듯합니다. 천호성지는 천호산 기슭에 있습니다. 천호에 천주교인들이 살기 시작한 것은 헌종 5년 1839년 기해박해 전후로 추측합니다. 이후 천호산 주변에 교우촌들이 형성되었고, 그 규모가 컸기 때문에 고종 4년 1867년에는 블랑 신부가 상주하면서 이 일대를 사목했습니다. 150여 년의 전통을 가진 교우촌 천호(天呼) 공소입니다. 그 이름처럼 ‘하느님 부르심을 받은 백성들이 하느님을 부르며 사는 신앙공동체’로서 천호산 역시 이름대로 순교자의 피를 담은 병(甁) 구실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 마을을 이룬 곳은 성인들의 묘지 맞은편 골짜기인 무능골 이었습니다. 신앙의 자유가 생긴 후 골짜기 아래에서 마을을 이루다가, 더 아래쪽으로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성인 묘역
천호성지와 그 주변의 산은 본래 고흥 유씨 문중의 사유지로 조선조 때 나라에서 고흥 유씨 문중에 하사했습니다. 이렇게 남의 땅에서 살던 교우들은, 산 이들 집이건 죽은 이들 무덤이건 언젠가는 쫓겨나야 할 처지였습니다. 그러던 중 1909년 되재 본당 목세영 신부를 비롯한 천호 교우 12명이 어렵게 돈을 마련해 1,487,603㎡에 이르는 천호 일대 임야를 매입했습니다. 공소 교우들은 생활 터전을 마련하게 되었고, 이미 모셔진 순교자들의 묘소들을 보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1923년에 시복을 추진하면서 분묘를 조사했고, 세 순교자는 1925년에 복자품에 올랐습니다. 현재의 위치에서 그동안 실전(失傳)되어 왔던 성 정문호와 성 한재권의 유해, 그리고 1868년 여산에서 치명한 후 합동으로 묻혀 있던 여덟 분의 유해와 천호산 기슭에서 두 분 유해를 발굴했습니다. 그리고 1983년 12월 18일 천호 교우들의 배려와 도움으로 복자 3명과 순교자 10명의 유해를 안장했습니다. 이명서 성인의 유해는 1988년 10월 1일에 안장했습니다. 천호산에는 어디에 묻혔는지 알 길 없어 아직 발굴하지 못하는 많은 순교자가 계십니다.
한국 천주교회의 성지는 순교자의 무덤과 순교 터에 국한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각 교구는 교구장이 성지로 선포하는데 이런 의미에서 성지 시작은 1867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주교구는 1984년부터 천호성지를 개발하여 1985년 11월 30일 교구 설정 50주년 기념선포일에 맞추어 성지를 축성했습니다. 또 피정집 건축 기금 마련을 위한 바자를 열었고, 교구민의 도움으로 1987년 8월 31일에 신앙의 수련장인 피정집 봉헌식을 했습니다. 1987년 전주교구 설정 50주년을 기념하여 세워진 피정 집은 자연 안에서 하느님을 만나고 휴식하며 우리 신앙을 다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피정 공간입니다.
이듬해 1988년 1월 김진소 신부가 초대 관장으로 부임했습니다. 2024년 현재 전주교구는 지금도 피정 집에서 전주교구 내 신앙 교육과 개인, 단체 피정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참고
성지 인근에는 1845년 김대건 신부가 체포된 후 페레올 주교와 다블뤼 신부가 숨어서 미사를 드리던 미사굴이 있습니다. 1867년 블랑 신부가 처음으로 정주하여 사목한 전라도 최초의 사목지 어름골도 있습니다. 또 이웃사랑을 실천한 박준복의 삶을 생각할 수 있는 낙수골이 있습니다. 천호성지에는 피정의 집과 성물 박물관, 세상을 떠난 영혼을 모신 봉안 경당이 있습니다.
마침
천호 성지는 천호산 기슭에 형성되었던 박해 시대 교우촌의 옛터와 주변 환경이 손상되지 않고 온전하게 보존되어 있습니다. 천호산(天壺山) 품 안에 있는 천호성지(天呼聖地)는 그 이름처럼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신앙 선조들의 숨결이 머물러 있는 곳’입니다. 교우들은 위협과 고된 길을 무릅쓰고 순교자들의 시신을 이곳 천호산 일대로 옮겨 모셨습니다. 교우촌 신자들은 순교자들을 옆에 모시면서, 순교자들이 자신과 가족들을 하늘나라로 이끌어 주기를 희망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 받은 인간적인 모든 것, 곧 육신이며 이름이며 살아온 일생의 내력 그 어느 것 하나도 남김없이 하느님께 모두 바쳤습니다. 천호산의 나무와 풀들은 이름과 종적을 알 수 없는 순교자들의 시신 양분을 먹으며 자라고 있습니다.
신앙 선조들의 발자취를 느끼고 싶을 때, 여러 이유로 마음이 복잡해서 조용한 곳에서 마음을 정리하고 싶을 때, 천호 성지에 이름 없이 누워계신 분들을 찾아가 보세요.
주소 : 55306 완주군 비봉면 천호성지길 124
전화 : 063) 263-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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