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현 객사(옥 터 성지)
곡성지방에 복음이 전해진 때는 을해 박해를 피해 강원도와 경상도에서 아래로 내려온 교우들이 현재 승법리인 덕실마을과 현재 미산리인 미륵골에 정착 하면서부터입니다. 교우들은 생계와 신앙생활 유지 수단으로 가마터를 열고 옹기를 구워 팔며 신분을 은폐하며 살았습니다. 1827년 정해년 2월 어느 날 덕실마을 가마를 여는 축하연 자리에서 신유박해 때 순교한 한덕운 토마스의 아들 한백겸이라는 예비 신자가 있었습니다. 이 사람은 평소 주사가 심하고 포악했는데 이날도 잔뜩 취해 행패를 부리고 주막 여주인에게 손찌검했습니다. 평소 좋지 않은 감정이 있던 남편 전 씨가 홧김에 천주교 서적 등 물증을 가지고 가 곡성 현감 성경묵에게 한백겸과 몇몇 신자들을 고발했습니다.
공명심이 앞섰던 곡성 현감과 전라감사 이광문은 관내에 천주교인이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 교우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들였습니다. 곡성현 객사를 임시 감옥으로 개조해 잡혀 온 교우들을 그곳에 수용하고 교묘하게 탄압하고 고문했습니다. 이렇게 정해 박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신자들은 박해를 피해 더 깊은 산으로 숨었습니다. 피신하는 교우들을 따라 탄압의 손길이 더 퍼져 순창 · 임실 · 장성 · 금산 · 용담 · 고산 · 전주까지 확대되었습니다. 정해 박해로 인해 이곳 교우촌들은 폐허가 되었고 당시 교우들은 3일 동안 모진 고문을 받자 대부분 종교를 저버렸습니다. 끝까지 항거한 신자들은 전주 감영으로 이송되었습니다. 그 후 곡성 지역의 상황이 어떠했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정해 박해는 그해 음력 5월까지 4개월여 계속되어 여느 박해와 달리 기간이 짧았으나 탄압의 정도가 매우 심했고, 특히 전라 옥사에서의 추위, 더위, 기갈을 동반한 고문은 악명이 높아 잡혀 온 500여 명의 신자들은 대부분 종교를 배반했다고 전해집니다.
곡성 성당
현재 곡성 성당은 조선시대 곡성현의 객사가 있던 곳입니다. 1827년 이 지역에서 일어난 정해 박해로 객사는 체포된 신자들을 가두고, 문초와 형벌을 가하는 임시 감옥으로 바뀌었습니다. 당시 전라도에서 체포된 신자들은 240여 명이었습니다. 관아에 수감 할 감옥이 없어서 분산 수용했는데 심지어 개인 집에 가두기도 했습니다.
정해 박해가 130년이 지난 1957년 천주교 광주 대교구장 현 하롤드 헨리 주교는 신앙 선조들의 피 흘린 순교의 현장에 곡성 성당 설립을 결정했습니다. 하롤드 주교의 뜻을 받들어 교구장 대리 허 미카엘 M. Healy 신부는 지역 실정을 파악하고 성당 건립을 추진했습니다. 당시 신자 수가 10명이었는데도 박해 당시 옥 터였던 객사 자리에 대지를 마련해 1958년 8월 15일 본당을 설립하고 그해 10월 6일 성당을 준공했습니다.
광주대교구 곡성 성당은 2008년 본당 설립 50주년을 맞이하면서 순교 선조들의 영성을 본받고 이를 널리 알리려고 본당 공동체가 한마음이 되어 애썼습니다. 그 결과물로 정해 박해 진원지인 덕실마을과 현재 곡성 성당인 옥터의 성역화, 성당 건물 재건축에 온 힘을 기울였습니다. 또 정성을 들여 당시 옥사를 복원하고 전시실을 마련하여 선조들이 흘린 고귀한 피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결론
옛 옥 터였던 곡성 성당은 혹독한 형벌과 굶주림, 고통 속에서 항구하게 신앙을 지키려고 노력했던 이들의 숭고한 삶을 생각하게 합니다. 비록 많은 분이 고문과 형벌을 이기지 못하고 종교를 저버리겠다고 했었으나 마음 깊이 간직한 하느님께 대한 신앙은 변함이 없었을 것입니다. 또, 하느님께서 자비로움으로 그 연약함마저 받아 주셨을 것입니다. 인간의 위대함과 더불어 약함과 한계까지 묵상 할 수 있는 곳 곡성 성당 옥 터, 방문해 보세요. 성지 터가 매우 넓습니다. 성지 둘러보시고 시간 여유가 있으시면 근처 태안사나 섬진강 기차마을에 들려 그림처럼 아름다운 시골의 정취를 한껏 느껴보세요. 근처에 맛집이 많으니 곡성에서 맛있는 음식도 드시고 가시기를 바랍니다.
주소 : 57536) 전라남도 곡성군 곡성읍 읍내11길 20
연락처 : 061) 362-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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